휴지 한조각이 아쉬운 날~
미국의 추석이라 일컫는 땡스기빙데이...
온 가족이 먼 거리에서부터 와서 모여 터키를 구워 놓고 음식을 나누며 가족애를 나누는 날이
지나면... 바로 그 다음날이 블랙 프라이 데이(수많은 쇼핑객들로 인하여 교통체증을 일으킨다
하여 지어진 이름)라 일컫는 날인데... 이 날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1년중 가장 큰 폭의 세일을
새벽부터 하기에 그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미국 와서 18년차...
말로만 듣던 그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에 동참하기로 했지.
거의 TV나 컴퓨터들을 아주 아주 싼 가격에 제한된 몇가지를 사기 위해 그 전날 저녁부터
그 쇼핑몰 앞에 긴긴 줄을 서서 밤샘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터.... 그러나, 그렇게까지는 자신이
없었고... 주방용품 세일(70%)을 탐내하며 새벽 3시에 MALL에 가서 줄을 섰는데... 내 앞으로
한 100여명이 이미 줄을 서 있었고, 4시에 오픈을 동시에 주르르 ... (당연 MAILL 앞에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차와 엠브란스가 대기)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이 점 찍어 놓은 곳으로
가서 이것저것 사기 정신이 없었다. 난... 냄비세트를 탐내던 터라... 그 묵직하고 큰 박스를 겨우
간신히 들고 계산대로 갔는데... 이럴땐 남편을 깨워서 올걸 싶은것이 또 탐나던것이 너무 무거운
것이였기 때문...
그리고, 오후엔 작은아들 녀석이 몇달을 조르던 기타를 사러 멀리 있는 샤핑센터까지 갔는데...
원하던 모델을 정말 싼 가격에 (반가격) 구입하고... 거기까지 간 김에 다른 가게에도 들렸는데
좋은 물건들을 고르긴 했는데... 계산을 하려는 줄이 너무너무 길어서 포기...ㅠㅠ
그후 다른 상점으로 가서는 이것저것 고르고 줄을 섰는데... 작은 아들 녀석이 재채기가 나오려고
한다. 근데... 그냥 재채기가 아닌 콧물을 동반할것 같은.... 그래서 휴지를 찾는데...
아뿔사... 매번 가방에 챙겨 두었던 휴지가 그날따라 없는것이다. 아들은 점점더 괴로운 표정...
주차장에 파킹되어 있는 차에 가면 휴지가 있다. 그것도 어제 사 놓은 크리넥스 티슈가 12박스나...
그래서 먼저 차로 가라고 하는데... 혼자 가기 싫은 표정...
그냥 기다린단다.
근데... 결국은 요란한 기침 소리와 함께 콧물이 덩어리로 ...ㅠㅠ
대강 손으로 훔쳐 내도 여전히 좀 남은... 그래서 더더 괴로운 아들녀석...
주위를 두리번 거려 보니... 이 상점의 광고 전단지가 몇개 놓여 있다.
일단, 아쉬운데로 그거라도 줄까 했더니... 그러라고 한다.
흠냐... 근데 코 언저리에 그 광고지의 색깔들 중 일부가 코에 카피가 되어 파릇 파릇해진 코...
그래도 어쩌랴... 대강 손으로 그 파릇해진 코를 닦아 주면서...
에효.. 아무리 많아도 바로 지금 필요할때 없으면 이렇게 힘든것을...ㅠㅠ
이렇게 휴지 한조각이 아쉬운 날이 있을줄이야. 정말 휴지 한조각이 애틋한 시간이였다.
계산을 끝내고 상점을 나와 주차되어 있던 차에 가서 문을 열고 앉으며... 울 작은 아들 녀석이
너무나도 반갑게 휴지박스를 가져가서 파릇해진 코를 닦으며 얼마나 좋아하던지...ㅎㅎ
좀 괴로운 순간이엿지만, 녀석에게도 좋은 교훈이 되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