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친구가 친정아버님이 뇌출혈로 수술실에 들어가셨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가볼수 없는 상황을 무지 안타깝게 써 놓았는데... 문득 20년전 일이 생각이 난다.
여고1 학년 한참 이런 저런 꿈으로 설레이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있었던 중..
여름방학을 하고 교회 수양회를 다녀 오고 그리고 뒷마무리를 하면서 몰려 다니고 그러던 중..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새벽에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나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허둥지둥 병원으로 실려 가셨다.
무척이나 맘 여린 어머니에게 걱정마시라 하고, 내가 집안일을 챙기겠노라고 하곤 청소며
오빠들 밥 챙기며 병원을 들락날락 하였었는데... 병원을 들어설때까지 정신이 계시던 아버진
병원으로 들어가신후론 무의식 상태...서울대 병원으로 옮겨 수술까지 -.- (후회 없도록 해보자고
하며 수술하자고 주위분들이 그러셨기에... 하지만 나중에 느끼지만 너무도 아프셨으리라.
그냥 고이 보내 드릴것을 우리들의 욕심으로 고초를 겪어셨어야만 했었던듯..)
중환자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난 거기서 결심이 섰다.
저렇게 몇년일지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서 서로 고생하는 모습보단 편히 가시게 하는것이
최대한의 모습이라고... 거기에 모두들 동의하였고,
남들이 나를 볼땐 너무나도 의젓하고 잘 버티고 있었다. 그에 비해 어머님 한없이 약했고 힘드셨다. 그리고 오빠들은 나름대로 자기 잘못을 빌며 아버지의 쾌차를 기도했었고...항시 엄하셨던 아버지, 그러나 늘 딸인 나에게만은 관대하시고 이뻐해 주셨던 아버지의 곁을 난 덤덤이 지켰다.
속에서 우러 나오는 크나큰 슬픔을 누구에게도 보일수 없었다. 그게 아버지가 바라는 것이리라.
개학을 며칠 앞두고 퇴원하신후 아버님은 임종을 맞이하셨다. 마음속 깊이 엄청난 슬픔이 너무도 컸는지 표현도 되질 못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챙기고 힘을 주고...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내색 하지 않은채 여전히 모범적인 생활을 계속 하면서도 속으론 엄청난 갈등과 고민 속에 파묻혀 있어서 공부는 아에 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도 성적은 늘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기에 아무도 그 아무도 내가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를 알수 없었다.
너무 힘들고 이기기 힘들땐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오후에 난 홀로 버스를 타고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서 실컷 울다 울다 그러고 오곤 했다. 나중엔 교회 친구들에게 들켜 버렸는데... 혼자 힘들어 하지 말고 같이 하자는 말에 더 이상 홀연히 사라져 다녀 오는 일은 그만 두었다.
그만 둔 건 친구들의 보살핌도 있었지만 더 큰것은 아버진 내 마음에 살아 계시기 때문에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간혹 힘들때면 아버지의 얼굴을 많이 그려 본다. 너무도 약했던 어머닌 많이도 강해지셔서 힘든 미국생활에서도 즐겁게 잘 지내고 계신다.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지만, 언제나 항상 나의 맘 속엔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가 간직되어 있음을... 새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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